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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지극히 작은자

때는 겨울 명동 근처 길을 걸을 때였다.

 

명동은 많은 패션브랜드들과 먹거리가 즐비하기 때문에 누가봐도 화려한 곳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명동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남대문 시장이 나온다.

 

남대문은 명동과 다르게 지저분하고 복잡하다. 한번은 남대문에서 2,000원 짜리 칼국수를 먹었던적 있었는데 상차림이나 내부상태가 지저분하기 그지 없었다.

 

이처럼 명동과 남대문을 아우르는 중구, 종로구는 빈부의 차이가 눈에 밟히는 곳이다.

 

여느때 처럼 일을 마치고 골목길을 걸어나오는 길에 멀리 할머니 한분이 보였다.

 

왠지 나를 쳐다보고 있는것 같은 느낌이 들어 살짝 고개를 돌렸지만 이내 목소리가 들렸다.

 

"젊은이.."

 

"네, 할머니. 무슨일이세요?"

 

"내가 차비가 없어서 그런대. 내가 돈이 없어서 그런게 아니고 집에가려고 하니까 차비가 없어서... 차비좀 빌릴 수 있을까?"

 

'예수님이 오셨나.'

 

아마 현금이 없을 텐데... 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냥 그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 제가 현금이 없는거 같은데.."

 

조금 머뭇거리다가 지갑에 현금이 있다는 걸 알고 찾아서 드렸다.

 

고맙다는 말과 얼굴에 웃음 꽃이 피면서 다시 길을 가시던 할머니에게 인사하고 지하철로 내려왔다.

 

그제서야 처음 느꼈던 생각이 들었다.

 

'예수님이 오셨구나.'

 


직장 동료이자 선배 형은 이런저런 일을 많이 했었다. 어렸을때는 운동을 좀 하다가 아버지 따라서 과일가게에서 일했었고 농수산 경매일도 조금 배웠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입도 좀 거칠고 아는 친구중에 건달도 있었다는걸 들으니 좀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장난도 많고 재밌는 형이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눴었는데 내가 교회를 다닌다는 걸 알고 '하나님 안믿으면 무조건 지옥가냐.' 이런식으로 물어보기도 했었다.

 

하루는 퇴근후 스트레스와 음식 조절을 못해 배가 아파 이불속에서 뒹굴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아프고 지쳐있는 얼굴을 본 선배가 소화제 몇개를 편의점에서 사왔다.

 

"이거 먹고 빨리 쉬어."

 

고맙다는 말과 함께 얼른 약을 먹었다.

 

이불속에 누워있는데 형이 사온건 알약 몇개랑 액상 소화제 한개였지만 그게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과

 

예수님이 이웃에 대해 해주신 얘기가 떠올랐다.

 

사마리아 사람이 길가에 다친 사람을 구해주고 머물 자리까지 마련해 놓는 이야기 속엔 네 이웃은 하나님을 믿고 안믿고가 아니라는 것.

 

교회에 참여 여부에 따라 내 이웃이 되는 것이 아니라, 죄가 적고 많음에 따라 나뉘는것이 아니라

 

누구나 내 이웃이, 네 이웃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가장 작은 자를 만났고 또 그 사람이 나였으며 그 속에서 예수님을 만났던 이야기를 여기에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