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 - 얼굴
이슬에 젖어 반짝이는 들판을 뚫고 닫는 큰 길 위에 기운 좋게 내리쏘는 아침 햇빛을 받으며 배바삐 오고 가는 저 얼굴들, 무엇하러 어디로 가는 얼굴들인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무엇 잡으러 무엇 보러 누굴 보러 뉘게 뵈러 가는 얼굴들인고? 남자 얼굴, 여자 얼굴, 젊은 얼굴, 늙은 얼굴, 아직도 잠이 아니 깬 얼굴, 무슨 꾀를 그리는 얼굴, 우멍한 얼굴, 뻔뻔한 얼굴, 간사한 얼굴, 얄미운 얼굴, 어떤 거는 기름때가 번지르르 돌고, 어떤 거는 수수깡같이 빼빼 마르고, 젠 체 입을 다문 것, 반편만치 침을 지르르 흘리는 것, 영웅심에 들뜬 청년, 욕심에 잔주름이 잡힌 노인, 실망한 얼굴, 병에 눌린 얼굴, 학대받아 쭈그러진 얼굴, 학대하고 독살이 박힌 얼굴, 얼굴, 얼굴, 그 많은 얼굴들 속에 참 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