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때밀이 수건 - 최승호 살이 얼마나 질긴지 때밀이수건에 먼저 구멍이 났다. 무명(無明)은 또 얼마나 질긴지 돌비누 같은 경(經)으로 문질러도 무명(無明)에 거품 일지 않는다. 주일(主日)이면 꿍쳐 둔 속옷 같은 죄들을 안고 멋진 옷차림으로 간편한 세탁기 같은 교회에 속죄하러 몰려가는 양(羊)들. 세탁비를 받으라, 성직자여 때 밀어 달라고 밀려드는 게으른 양(羊)떼에게 말하라, 너희 때를 이젠 너희가 씻고 속옷도 좀 손수 빨아 입으라고. 제 몸 씻을 새 없는 성자(聖者)들이 불쌍하다. 그들이 때 묻은 성의(聖衣)는 누가 빠는지. 죽음이 우리들 때를 밀러 온다. 발 빠지는 진흙 수렁 늪에서 해 저무는 줄 모르고 진탕 놀다온 탕아를 씻어 주는 밤의 어머니, 죽음이 눈썹 없이, 아무 말 없이 우리들 알몸을 기다리신다. 때 한 점 없을.. 이전 1 다음